초여명은 스무살

몇 차례 말씀을 드렸지만, 도서출판 초여명이 문을 연 지도 오늘로 20년이 됩니다.

20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처음에는 지난 20년을 훑어볼 생각이었습니다. 언제 어떤 이유로 세워서, 무슨 책을 어떻게 냈으며, 어떤 성공과 실패가 있었는가… 근데 쓰다 보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저희한테는 이미 다 지난 일입니다.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즐거운 것도 괴로운 것도, 모두 지난 20년의 어딘가에 박혀 있는 이야기들입니다. 그 하루하루를 다 살아왔지만, 그것도 지나고 나니 남의 일 같습니다.  굳이 시시콜콜 글로 옮길 만한 게 아닌 듯합니다.

초여명은 2013년 던전월드 펀딩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은 저희의 사업 규모를 급격하게 키웠습니다. 지난 5년간, 초여명의 매출은 펀딩을 제외하고도 400% 이상 증가했습니다. 크툴루의 부름 출간 후로, 이 또한 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출간한 책은 30종 가까이 되어, 첫 15년 동안 나온 수의 2배에 육박합니다. 초여명은 더 크고 싶고, 더 많은 작품을 내고 싶습니다.

저희만이 아니라 RPG 시장 또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경로로 RPG에 입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그냥 관심이 가는 RPG 책을 집어들고 취향이 같은 친구들을 모아서 플레이를 하면 될 정도로 다양한 작품들이 나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는 RPG가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동안 그것을 충분히 마련할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가능합니다.

20년은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저희 독자분들 중에는 초여명보다 어린 분들도 계시고, 저희 책을 읽으면서 장성하여 가정을 이루신 분들도 계십니다. 서양에는 자식과 함께, 손자손녀와 함께 RPG를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즐겁고 근사한 취미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기대하고 응원해 주신 데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 20년을 더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일하는 동안만큼은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 한 개


  1. 감축드립니다^^ 생태계가 하루 이틀만에 바뀌기란 쉽지않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릴 수 있어 행복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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