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4 펀딩 예고: 밤의 마녀들

크툴루를 부르자!가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마음 편하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올해가 가기 전, 12월 24일 밤에 새로 열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에서는 피아스코로 잘 알려져 있는 제이슨 모닝스타와 불리 펄핏 게임스의 작품입니다.

밤의 마녀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동부 전선에서 나치 독일의 침략에 맞서 싸운 소련 공군의 한 야간 폭격 부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588 야간폭격연대는 지휘관부터 정비공까지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10대 후반~20대 초반이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국영농장에 농약을 뿌리던 Po-2 쌍엽기에 낙하산 들어갈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폭탄을 욱여넣고 밤마다 몇 번씩 출격했습니다. 폭탄이 없을 때는 철도에서 침목을 떼어다가 떨어뜨렸습니다. 비행기 성능이 하도 뒤떨어졌기 때문에, 독일군의 대공 포화와 요격을 피하여 목표 근처에서 엔진을 끄고 활강하며 급작스럽게 폭격을 했습니다. 사상 최초의 스텔스 폭격부대였던 셈입니다. 독일군은 비행기가 머리 위에 다가와서야 비로소 들리는 쉭 하는 소리를 마녀의 빗자루에 비유하여 제588 야간폭격연대에 별명을 붙였습니다: Nachthexen, “밤의 마녀들”입니다.

고작 4개월의 훈련만으로 전선에 투입된 마녀들은 러시아에서 베를린까지 전진하며, 밤이면 압도적으로 우월한 성능의 독일 전투기와 대공포를 상대로, 낮이면 상부와 이웃 부대의 성차별, 당의 숙청, 고질적인 물자 부족을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밤의 마녀들은 그 여성들의 이야기를 만드는 RPG입니다. 저희가 이 작품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책에 실린 다음 문구를 본 뒤입니다.

“확실히 말해두지만, 이 RPG는 전쟁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 속 여성들의 이야기다.”

여성에 관한 RPG는 흔치 않습니다. 여성 서사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은 더욱 드뭅니다. 밤의 마녀들을 처음 접한 2015년부터 이것이 꼭 필요한 작품이고 언젠가 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동안 대작 펀딩에 바빠 차일피일 미뤄왔습니다.

이번 크툴루를 부르자! 추가 후원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해 주어 고맙다” 하는 메시지를 보내 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저희가 실제로 한 일은 별로 없는데 지지와 응원은 과분할 정도로 받았습니다. 밤의 마녀들의 조기 출간은 그 성원에 대한 하나의 보답입니다.

한 권짜리라 펀딩 없이도 낼 수 있지만 굳이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하는 것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책을 저가에 출간해서 부담없이 접할 수 있게 하는 것,  둘째는 플레이 보조 도구인 카드 세트를 함께 만드는 것, 셋째는 밤의 마녀들의 출간을 기억할 만한 일로 만드는 것입니다.

생김새

밤의 마녀들은 던전월드와 아포칼립스 월드고대해 등에 사용된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을 대폭 개조해서 사용합니다.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에서, 마스터는 주사위를 굴리지 않습니다. 일을 일으킬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마스터 액션”을 사용해서 플레이를 전개합니다. 플레이어는 자기 행동을 묘사하다가 그것이 정해진 조건에 맞으면 “액션”이 발동되고, 룰이 적용됩니다. 주사위는 그때 굴립니다.

이야기는 러시아의 엥겔스 비행훈련소에서부터 독일의 부흐홀츠까지 근무 기지를 하나씩 옮기며 전개됩니다 (전진할 때마다 마스터가 바뀝니다!). 플레이는 낮과 밤으로 단계가 나뉘어, 낮에는 기지에서의 힘든 삶이, 밤에는 캄캄한 하늘이 펼쳐집니다. 낮에는 낮의 액션이 있고 밤에는 밤의 액션이 있습니다.

책은 피아스코와 같은 신국판 크기이고, 페이지 수는 그보다 꽤 많습니다 (170~180쪽). RPG가 대체로 그렇듯 고증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지만, 관련 역사 정보도 참고하기 좋게 실려 있습니다.

밤의 마녀들은 피아스코나 아포칼립스 월드와 같은 성인 지향의 작품입니다. 젠더를 다루고 퀴어성을 다룹니다. “성인 지향”이라고 하면 바로 포르노그래피나 가학적 폭력 전시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지만, RPG는 아직 그렇지 않아요. 단지 청소년이 잘 다루기 까다로울 수 있는 민감한 주제들을 다룰 뿐입니다. (하지만 그건 일부 어른도 마찬가지니 큰 상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펀딩 정보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펀딩 구간은 책 한 권만 받으시는 13,000원 단계에서부터 한정판과 소품을 포함한 80,000원 단계까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위쪽에 수량 한정 구간을 두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만일 한다면 초여명 20주년 기념에 관련된 무언가일 터입니다).

이름 싣기도 물론 첫 단계부터 가능합니다만… 그간과 달리 이번에는 본명만 등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12월 24일 밤 8시에 오픈입니다. 주소는 www.tumblbug.com/nightwitches가 될 예정입니다. 출간은 잠정적으로 4월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밤의 마녀들에 대한 찬사

밤의 마녀들은 놀랍도록 강렬한 RPG다. 현대의 젠더 이슈를 2차 대전 전쟁극과 결합하고, 끔찍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성 주인공들에 관한 이야기를 만드는 RPG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장르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다.” – 키라 마그란 (Gaming as Women)

밤의 마녀들로 불리 펄핏은 아포칼립스 월드 엔진의 새 세대를 열었다. 제이슨이 소련의 여성 비행사들의 세계를 그리는 그 섬세한 붓을 보는 것도,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테이블에서 생생하게 구현하는 데 이렇게나 초점을 맞춘 RPG를 플레이하는 것도 정말 즐거운 일이다.” – 아담 코벌 (던전월드)

밤의 마녀들에서 태어나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생생하고, 흉포하면서도 가슴 아프다. 이 작품을 플레이하고 그 여성 비행사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내 가장 강렬하고 보람찬 RPG 경험의 하나로 꼽을 만하다.” – 사라 윌리엄슨 (183 Days)

“불리 펄핏 게임스가 전쟁에 관한 강렬한 RPG로 또 큰일을 했다. 단순히 전투에서의 영광만이 아니라 인간이 치르는 대가를 다루는 작품이다. 밤의 마녀들은 개인의 고통, 편집증적 정치 문화, 페미니스트 투쟁의 폭발적 혼합물이다.” – 라이언 매클린 (페이트 코어)

댓글 4 개


  1.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데 밤의 마녀들의 캐릭터는 무조건 여성이어야 하나요? RPG는 물론 PC게임에서 조차 여성 캐릭터를 플레이함에 있어 거리낌이 있기때문에 여쭤봅니다.

    응답

    1.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팀에서 특별히 따로 정하지 않는 한…

      하지만 마스터링을 하실 때는 여자 NPC도 플레이하시잖아요? 익숙해지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을 것입니다.

      응답

      1. 답변 감사드립니다. 기본적으로는 NPC든 PC든 플레이할때 3인칭화 하는걸 좋아하긴 하는데…그래도 플레이어로서 여성 캐릭터를 PC로 사용하는건 음…정말 개인적으로 어렵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일단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겁스 라인도…;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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